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의 ‘8.6세대 OLED 굴기’ 가속화, 시장 왕좌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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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BOE에 이어 비전옥스도 8.6세대 OLED에 10조 투자
중국 따돌리려 4.1조 승부수 걸었던 삼성디플, 격추 위기
LG디플은 8.6세대 투자에 여전히 '신중', 자본 여력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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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 OLED/사진=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중심으로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굴기가 거세지고 있다. 애플이 아이패드 프로 라인업에 OLED 패널을 채택하며 중소형 OLED 시장의 급성장이 예측되는 가운데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8.6세대 OLED’에 거액의 투자를 진행하는 등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면서다. 이에 업계에서는 LCD(액정표시장치) 시장 주도권을 중국에 내줬듯 OLED 패권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 8.6세대 OLED 투자 확대

5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8.6세대 OLED 관련 투자를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BOE(징둥팡, 京東方)가 쓰촨성 청두에 630억 위안(약 12조원)을 투자해 생산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비전옥스(Visionox, 웨이신눠)가 대규모 증설 투자를 확정했다.

비전옥스는 지난달 28일 공시를 통해 안후이성 허페이시 정부와 550억 위안(약 10조4,000억원) 규모의 8.6세대 OLED 투자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허페이시 신잔 하이테크 산업 개발구에 유리원장 기준 월 3만2,000장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8.6세대는 현재 출시된 중소형 OLED 중 가장 선진 라인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세대는 유리원장의 크기를 의미하는데, 8.6세대(2,290㎜×2,620㎜)는 기존 6세대(1,500㎜×1,850)보다 크기가 2배가량 커 생산 효율성이 높다. 양산성 차원에서도 6세대와의 차별점이 두드러진다. 예컨대 기존 6세대 설비에서는 14.3인치 태블릿 패널을 연간 최대 450만 대 생산할 수 있었다면, 8.6세대 설비로는 연 1,000만 대까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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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체인저’ 8.6세대 OLED, 선두주자는 삼성디스플레이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8.6세대 투자를 가장 먼저 본격화한 곳은 삼성디스플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3월 초 충남 아산캠퍼스에서 8.6세대 OLED 라인을 구축하는 작업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A6 라인 설비 반입식’을 개최했다. A6 라인은 삼성디스플레이가 기존 L8 라인을 개조해 구축한 8.6세대 IT 전용 OLED 라인으로, 오는 2026년까지 4조1,000억원이 투입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연내 주요 장비 설치를 마치고 2026년부터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이 8.6세대 투자를 결정한 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OLED 시장을 노트북, 모니터 등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더 큰 패널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 역시 이런 이유로 8.6세대 투자에 가세하며 사업 확장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실제로 중소형 OLED 시장은 갈수록 그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IT용 OLED 시장 매출은 올해 25억3,400만 달러(약 3조5,000억원)에서 2029년 89억1,300만 달러(약 12조2,000억원)로 연평균 28.6%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IT 패널 시장 내 OLED 침투율은 2029년 37.7%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가 8.6세대 OLED에 거액의 투자를 진행하는 또 다른 배경에는 핵심 고객사 애플이 있다. 애플은 올해 OLED 패널을 탑재한 아이패드를 내놓을 예정인데, 아이패드에 OLED 패널이 사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적용 모델은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 2가지며 11인치, 13인치의 IT OLED 패널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2026년부터는 맥북에도 OLED 패널이 사용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각각 280~290달러, 380~390달러의 공급가를 예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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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D는 여전히 6세대에, 연내 8.6세대 투자도 미지수

이런 가운데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점유율 3위를 기록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도 OLED의 본격적인 시장 개화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8.6세대 투자와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 앞서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설비투자(CAPEX)에 2조원대를 사용할 계획이라 밝혔으나, 이는 전년 대비 1조6,000억원가량 줄어든 데다 기존 라인 확장이나 개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간 누적된 적자로 인해 8세대 투자를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까지 7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왔고, 올 1분기에도 매출 5조2,530억원, 영업손실 4,694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영업손실 자체는 전년(1조984억원)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재무 상태는 여전히 부실하다. 실제로 순차입금은 13조7,900억원으로 지난해부터 13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연결기준 부채 비율은 279%로, 지난해 연말(308%) 대비 소폭 낮아졌으나 전년 동기(248%)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그나마 1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6,500억원의 신디케이트론 차입 계약 및 파주 부동산 매각 등으로 어느 정도 자금을 조달하긴 했으나 시장에선 아직도 자금 여력이 부족하단 평가가 나온다.

LG디스플레이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주원인으로는 LCD 산업이 꼽힌다. 뒤늦은 사업 구조 전환이 패착이 된 것이다. 2010년대 들어 국내 LCD 산업은 중국 기업의 원가 경쟁력에서 열위에 놓이며 악화일로를 걸었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생산량을 지속 감축해 오다 2022년 완전 철수했지만, 상대적으로 사업 구조 재편이 늦었던 LG디스플레이는 엔데믹 이후 부메랑을 맞았다.

유동성발 수요 거품이 꺼지면서 LCD 가격이 급락했고 고금리에 따른 구매 심리 위축으로 대형 OLED 시장도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국내 TV용 LCD 사업에서 철수한 데 이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 광저우 LCD 공장 매각 관련 심사 절차를 밟기 위해 협의를 시작하고 현재 실사 단계에 접어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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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내 중국이 OLED 시장 절반 점유할 수도

LG디스플레이가 8.6세대 투자를 망설이는 요소는 또 있다. 2013년 OLED TV 패널 라인에 5조원을 투자했지만 수율 달성 실패와 물동 확보 미비로 8년간 적자를 감내해야 했던 기억이다. 최근에는 아이폰15 프로 라인에 공급 예정이었던 LTPO OLED 패널에서 기술적 결함도 드러났다. 베젤 폭(2.2mm→1.5mm)을 줄이고 완성된 패널에서 다이내믹 아일랜드(안면인식 구멍)를 레이저로 뚫는 과정에서 암점 등 불량이 발생한 것이다. 이로 인해 공급 물량도 4,500만 대에서 1,000만 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투자를 미룰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수익성 확보와 애플과의 장기적인 협업을 위해선 8.6세대 투자가 불가피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애플의 OLED 적용 범위가 태블릿에서 노트북, 모니터까지 확대되는 2026년부터는 패널 업체 간 수주 경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런 와중에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OLED 투자를 늘리는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BOE가 받은 정부 지원금만 무려 231억 위안(약 4조3,600억원)에 달한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로서는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이미 중국에 LCD 주도권을 내주는 굴욕을 겪은 후 OLED 기술력을 통해 격차를 벌리려 했지만 이마저도 중국이 맹추격에 나서며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여기에 2027년에는 글로벌 OLED 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이 절반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국가전략기술인 OLED의 패권마저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고조되고 있다. 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생산능력 기준 중국 업체들의 OLED 패널 점유율은 2027년 49%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불과 3년 후면 LCD 시장에 이어 또 한번의 시장 재편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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