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조 투입도 무소용, 1분기 출산율 사상 최저치 ‘국가비상사태’

pabii research
1분기 출산율 0.7명대로, 3월 출생아 수 2만 명 붕괴
3월 인구 1만1,491명 줄어, 53개월 연속 자연감소
정부 '국가비상사태' 선언했지만, 저출생부 실효성에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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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년간 자그마치 380조원의 국가 예산을 쏟아부었음에도 1분기 출생 관련 지표는 ‘역대 최악’을 가리키고 있다.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 모두 전 세계에서 본 적 없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반등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일반적으로 출생 수가 연초 가장 많았다가 연말로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를 고려하면 올해 연간 합계출산율은 지난해보다 더 낮아질 전망이다.

1분기 합계출산율 0.76명, 역대 최저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3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1분기 출생아 수는 6만474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994명(6.2%) 감소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인 합계출산율은 0.76명으로 집계됐다. 역시 1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로 1년 전(0.82명)보다 0.06명 줄며 처음으로 0.8명 선이 붕괴됐다.

출산 여성의 연령별 출산율(해당 연령 여자 인구 1,000명 당 출생아 수)을 살펴보면 1분기 출산율은 대부분의 연령에서 감소했다. 가장 감소 폭이 큰 연령대는 30∼34세(72.3명)로 4.4명 줄었다. 같은 기간 35~39세는 48.9명에서 45.9명으로, 25~29세는 23.8명에서 21.5명으로 각각 감소했다.

둘째 이상을 낳지 않는 경향도 계속됐다. 첫째아 구성비는 61.5%로 1년 전보다 2.4%포인트 상승했고 둘째아(31.7%)와 셋째아 이상(6.8%)은 각각 1.6%포인트, 0.8%포인트 하락했다. 첫째아 출산 시 평균 결혼생활 기간은 0.03년 증가한 2.53년으로,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늦게 갖는 추세가 심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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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출산율 모두 하락, 올해 더 내려간다

지역별로는 전국 17개 시도 모두 전년보다 합계출산율이 감소했다. 특히 서울은 1년 만에 합계출산율이 0.63명에서 0.59명까지 낮아졌다. 부산의 출생아 수 감소폭도 가파르다. 3월 부산 출생아 수는 지난해 같은 달(1,180명)보다 7.4% 줄어든 1,093명을 기록했다. 3월 기준 역대 최저치다.

월별로 보면 3월 출생아 수는 1만9,669명으로 1년 전보다 1,549명(7.3%) 줄었다. 이는 3월 기준 최저 기록으로, 2만 명을 밑돈 것은 1981년 월간 통계 작성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월별 출생아 수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 연속 2만 명을 밑돌다가 올해 1월(2만1,442명) 2만 명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2월(1만9,362명) 다시 2만 명 밑으로 떨어진 이후 3월에도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전국에서 합계출산율이 가장 높은 세종시도 같은 기간 1.2명에서 1.1명으로 하락하면서 전국 17개 지자체 가운데 가장 높은 감소율을 보였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뜻하는 조출생률도 4.5명으로 지난해보다 0.3명 줄었다.

1년 중 출생아 수가 가장 많은 1분기마저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지자 올해 연간 출산율이 0.6명대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는 합계출산율이 1분기 0.82명, 2분기와 3분기 각 0.71명, 4분기 0.65명으로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연간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추락했다. 통계청이 장래 인구 추계에서 전망한 올해 합계출산율은 0.68명(중위 시나리오 기준)이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분기별 월평균 출생아 수는 1분기가 2만9,806명으로 가장 많았고, 3분기(2만7,381명), 2분기(2만7,241명), 4분기(2만4,887명) 순이었다. 이미 4분기 합계출산율은 지난 2021년(0.71명)에, 2분기는 2022년(0.75명)에, 3분기는 지난해(0.71명)에 각각 0.7명대로 하락한 뒤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통상 출생아 수는 연초에 많고 연말로 갈수록 줄어드는 ‘상고하저’의 모습을 보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남은 기간 합계출산율은 더 내려갈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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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조원 투입에도 OECD 꼴찌, ‘저출생부’ 카드 통할까

이처럼 대한민국 출산율이 끝없이 곤두박질치는 것은 그동안의 저출생 정책이 무위로 돌아갔음을 방증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는 2006년부터 2023년까지 저출생 극복을 위해 무려 380조원을 투입했다. 그럼에도 출생률 반등에는 이렇다 할 영향을 주지 못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에서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저출생 쇼크’로 연일 파격 대책을 내놓고 있는 일본도 1.25명으로 한국보다 훨씬 높다.

저출생은 고령화와 맞물려 우리 경제 성장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만큼 시급한 현안이 아닐 수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2052년 장래인구추계 시도편’을 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41년 4,000만 명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2052년에는 전 국민을 나이순으로 줄 세웠을 때 중간에 선 사람의 나이가 58.8세에 이를 정도로 고령화가 심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생산연령인구도 함께 줄어든다는 점이다. 2022년 3,674만 명이던 국내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52년 2,380만 명까지 약 35.2%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생산인구 감소는 소비 활력을 떨어뜨려 내수시장 붕괴를 불러오고, 경제성장을 둔화시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도 급락하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이런 가운데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은 ‘데드크로스’도 지난 3월까지 53개월 연속 발생했다. 인구 자연 감소로 인한 국가 소멸은 결코 허황된 예측이 아니란 의미다.

이에 정부는 저출생 문제를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저출생대응기획부(저출생부)를 신설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저출생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아 교육, 노동, 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정부가 저출생 극복에 충분한 재원을 투입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라붙는다. 역대급 세수 펑크로 재정 여력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 재정당국이 획기적인 재정을 투입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1960년대 고도성장 시대의 사고를 그대로 답습한 부처 신설을 통해 실효성 있는 저출생 대응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그간의 저출생 대책 실패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점이 바로 ‘부처별로 산재된 예산’인데 저출생부 업무 역시 여러 부처에 걸쳐 있는 만큼 부처 기능과 예산을 조정하는 데 상당한 진통이 있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및 장관 임명을 포함한 조직 구성 등 부처가 실제로 업무를 시작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3월 예정됐던 ‘저출생 종합대책’조차 아직 발표도 하지 못했다. 자칫 조직 개편 여부를 놓고 시간만 허비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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