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조 시장’ 잡아라, STO 플랫폼 구축에 속도 내는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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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NH농협 공격적 행보, 발행시장 겨냥 플랫폼 구축
하나銀 미래에셋證 손잡고 발행·유통시장 진출 타진
정쟁에 떠밀린 토큰증권 법제화, 공은 22대 국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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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은행권이 금융 시장의 새 먹거리로 떠오른 토큰증권(STO) 시장 진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비록 21대 국회에서 STO 관련 법 통과가 어려워져 22대 국회로 공이 넘어간 상태지만, 미리 준비해 두지 않으면 치열한 경쟁 속에 모처럼 열린 새 시장에서 밀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중은행들, STO 사업에 속도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 우리은행은 STO 발행을 위한 플랫폼 구축 작업에 착수했다. 우리은행은 삼성증권·SK증권과 공동으로 나서고, NH농협은행은 정부의 사업자로 선정돼 단독으로 플랫폼 구축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두 회사는 STO 시장 중에서도 발행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움직임은 NH농협은행이 가장 빨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인터넷진흥원의 블록체인 확산 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이미 발행 플랫폼 구축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이르면 10월, 늦어도 11월이면 플랫폼 구축이 완료돼 NH농협은행과 제휴를 맺은 각종 조각투자 사업자들은 이 플랫폼에서 STO를 발행할 수 있게 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STO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SK증권·삼성증권과 제휴를 맺어 이 시장에 뛰어든다고 밝힌 상태다. 6월에는 본격적으로 이들 증권사와 함께 STO 발행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앞서 디지털자산 운용 플랫폼 ‘피스’를 운영하는 바이셀스탠다드와 업무협약도 맺었는데, 우리은행이 주도하는 발행 플랫폼에 더 많은 조각투자 업체들이 들어올 수 있게 계속 협력사를 확대하려는 차원으로 읽힌다. 아울러 금융 규제 샌드박스 사업자 신청도 준비하고 있다. STO 등의 핵심인 분산원장기술을 은행의 금융상품에도 도입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하겠다는 취지다.

신한은행도 고객의 투자자금 유치와 해당 계좌관리를 목표로 STO 시장에 대비하고 있다. 6월부터는 전자금융업(PG) 기반 예치금 수납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미술품 조각투자사인 서울옥션블루, 열매컴퍼니와 업무협약을 맺고 관련 서비스를 하반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또 같은 신한금융에 속한 신한투자증권 플랫폼과 연계해 발행과 유통 사업에도 나설 전망이다.

‘은행권 STO 컨소시엄’에서 유일하게 빠진 하나은행은 그룹 차원에서 미래에셋증권과 손잡고 별도 컨소시엄을 꾸렸다. 그룹 내 하나증권에 더해 미래에셋증권을 추가 파트너로 선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STO 발행 업무를 하나은행이 담당할 경우 유통 업무는 같은 계열에 있는 증권사가 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했다는 해석도 있다.

KB국민은행은 은행권 컨소시엄에 들어가 STO 관련 논의에 공동으로 참여하면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디지털 자산 수탁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고 있다. 다만 KB금융그룹 차원에서는 은행보다는 증권사 쪽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나 사업이 더 많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권화 가능 자산 무궁무진, ‘가치평가 능력’이 관건

STO는 주식시장에서 활용되던 조각투자 방식에 블록체인을 적용한 투자 방안을 말한다. 부동산, 미술품 등 비유동성 실물자산에 대한 정보를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시켜 디지털화 하고 이를 ‘조각’으로 나눠 다양한 투자자들에게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기본 구조다.

한때 금융권 안팎을 뜨겁게 달궜던 NFT(대체불가능토큰)과 유사하지만, NFT가 디지털 자산에 대한 권리 등을 사고파는 것과 달리 STO는 실물자산에 대한 권리 등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실물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만큼 NFT처럼 몰락하지 않고 대세 투자수단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금융당국 역시 STO가 실물 자산을 디지털화 한 ‘증권형 자산’이라는 점을 토대로 제도권 안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고 지난해 2월 본격적인 제도권 편입을 시작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STO는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 한 것”이라며 “실물증권과 전자증권에 이은 증권의 새로운 발행 형태로 투자자가 얻게 되는 권리가 법상 증권에 해당한다면 어떤 형태를 하고 있든지 투자자 보호와 시장질서 유지를 위한 모든 증권규제가 적용되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이 STO의 제도권 편입 작업을 시작하자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당장 국내 STO시장의 규모가 빠른속도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금융당국의 제도권 편입 발표 직후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STO시장 규모가 2024년에는 34조원, 2026년에는 119조원, 2028년에는 233조원, 2030년에는 367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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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화 ‘하세월’에 업계 불안 가중

그러나 법제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시장 개설은 더 미뤄지게 됐다. STO 시장이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법 개정과 전자증권법 개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자본시장이 자본시장법이 개정돼야 비정형증권을 유통할 수 있으며, 전자증권법이 개정돼야 분산원장에 담긴 정보가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21대 국회가 28일 종료됨에 따라 증권업계가 기다려왔던 숙원 과제들은 22대 국회 개원 이후까지 기약 없는 기다림을 시작하게 됐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법 개정 없이도 STO 시장이 개화할 수 있도록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우회로를 마련했지만 이 역시 미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한국거래소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KRX 신종증권 시장을 개설한 데 그친다. STO의 거래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KRX 시장에는 분산원장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조각투자 상품이 거래되고 있으며, 상장금액 30억원 이상 등 까다로운 조건이 걸리면서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지난해 STO 시장 선점을 위해 달려온 증권업계와 조각투자업계는 다소 힘이 빠진 분위기다. 지난해 증권사들와 조각투자 스타트업들은 시스템 구축과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적극적으로 협업해 왔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 STO 관련 인프라 구축을 마쳤으며, 미래에셋증권도 토큰증권 통합플랫폼 개발에 착수한 상태로 연내 플랫폼을 공개를 앞두고 있다. 하나증권도 아이티센과 계약을 맺고 올해 8월을 목표로 STO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그러나 STO 제도화 관련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사업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불만이 업계를 중심으로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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