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회사 ‘드비어스’, 실적 부진에 매각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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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기업 앵글로아메리칸, '드비어스' 지분 85% 매각 추진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인기에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 급락
중동 국부펀드, LVMH, BHP, 보츠와나 정부 등 매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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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드비어스

실적 부진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영국의 광산업체 앵글로아메리칸이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개편을 발표했다. 구리 등 주력 사업만 남기고 석탄, 니켈, 백금 등 수요 감소로 미래 전망이 좋지 않은 사업부를 매각하는 것이 핵심이다.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천연 다이아몬드 시장이 침체하면서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회사 드비어스도 매각 대상으로 분류됐다. 앵글로아메리칸은 현재 드비어스 보유지분 85%에 대한 매각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원석 가격 40% 인하, 영업이익 95% 급락

28일 업계에 따르면 앵글로아메리칸은 드비어스의 매각을 위해 잠재 매수자들과의 협의를 진행 중이다. 매수자 목록에는 명품 패션 기업, 중동 국가의 국부펀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드비어스는 1888년 제국주의의 신봉자였던 세실 로즈 남아프리카 케이프주 총독이 광산을 마구잡이로 사들이면서 연합 광산회사로 설립됐다. 이후 1926년 앵글로아메리칸 창립자인 어니스트 오펜하이머가 드비어스를 재매입했고 전 세계 다이아몬드 생산량의 90%를 유통하면서 시장 1위 기업으로 독점적 지위를 누려 왔다.

하지만 2006년 당시 세계 2위 다이아몬드 회사였던 러시아 국영기업 알로사와의 가격 담합이 드러나 유럽연합(EU)의 제재를 받으면서 독점 체제가 무너졌고, 최근에는 다이아몬드 수요가 급락하면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드비어스의 공시 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 모두 급감했다. 2023년 매출은 전년 대비 35% 감소한 43억 달러(약 5조8,800억원)를 기록했으며 EBITDA(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는 전년 대비 95% 급감한 7,200만 달러(약 983억원)로 집계됐다. 원석 판매량도 2,470만 캐럿으로 전년 대비 19%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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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의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주얼리/사진=로이드

드비어스의 쇠락에는 랩그로운(Lab Grown·연구실에서 만든 인공 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의 등장이 영향을 미쳤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물리적·화학적·광학적으로 천연 다이아몬드와 100% 동일해 차이를 식별하기 어려운 데다 가격은 천연 다이아몬드의 20~30% 수준으로 저렴하다. 에단 골란(Edahn Golan) 다이아몬드 리서치앤데이터에 따르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판매량은 천연 다이아몬드 대비 2020년 2.4%에서 2023년 9.3%로 4배가량 확대됐다.

주얼리 시장의 수요가 천연 다이아몬드에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로 이동하면서 다이아몬드 원석 가격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드비어스는 상품 가치가 높은 ‘셀렉트 등급’ 주얼리로 가공할 수 있는 다이아몬드 원석의 가격을 전년 대비 40%가량 인하했다.

수익성 낮은 다이아몬드·백금·니켈 사업 등 구조조정

이에 드비어스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는 앵글로아메리칸도 지난해 중국의 내수 침체로 인한 구리 가격 하락, 인도네시아 니켈 공급 과잉,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인한 리튬 가격 급락 등 원자재 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수익성이 악화하자 배당금을 삭감하는 등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앵글로아메리칸은 이번 포트폴리오 개편 작업을 통해 백금, 다이아몬드 등 수요가 감소하는 사업부를 매각하고 구리 등 미래 성장 산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꾸릴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재 매각 논의가 진행 중인 드비어스 외에 백금 사업부는 인적 분할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철광석 생산에 쓰이는 연료용 석탄 자산을 매각하고 니켈 사업도 중단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앵글로아메리칸은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연 17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대신 미래 성장 산업으로 꼽은 구리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던컨 완블래드 앵글로아메리칸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회사의 핵심사업은 구리”라며 “인수합병(M&A)과 자체 성장을 모두 도모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그간 복잡한 포트폴리오에서는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던 구리의 가치를 시장에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구리 가격이 강세를 보이며 1분기에만 30% 가까운 상승세를 보였다.

다이아몬드 인기 회복되지 않아, 매각 쉽지 않을 수도

앵글로아메리칸이 드비어스를 매물로 내놓은 것을 보면 이전만큼 다이아몬드 사업을 매력적인 포트폴리오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천연 다이아몬드에 대한 인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드비어스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의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특히 지난해 다이아몬드 시장 슬럼프의 원인이 사이클에 따른 주기적인 침체인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등장에 따른 것인지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한 모양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협의를 진행 중인 프랑스 명품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주요 잠재 매수자로 꼽힌다. 실제 LVMH는 ‘광산에서 시장까지’ 주얼리의 가치 창출 경로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2017년까지 드비어스의 지분 절반을 보유했다. 하지만 대량의 중·저품질 다이아몬드 판매는 최고급 주얼리를 지향하는 회사의 관심과는 거리가 멀다. 더욱이 광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 각종 리스크, 산지 정부와의 복잡한 협력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패션 그룹의 특성상 이런 사안을 두루 살피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앵글로아메리칸과 함께 드비어스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는 보츠와나 정부가 드비어스 인수에 관심을 보일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 드비어스와 보츠와나 정부 간 원석 판매 계약마저 지연되는 상황에서 드비어스를 매수할 가능성은 미미한 것으로 관측된다. 더욱이 보츠와나 정부가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밖에 2013년 에카티 광산을 매각하고 다이아몬드 광산업을 떠나 있던 BHP도 드비어스 인수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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