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일본, 미국과 거리 벌려야 외교적 역량 개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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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시다 총리, 미 의회 연설에서 중국을 전략적 위협으로 규정
미국 자유주의 외교 전략과 유사한 관점 언급, 중국과 협상력 낮추는 외교라는 일본 야당 우려 팽배
미국과 전략적 거리두기 후 브릭스(BRICS) 국가들과 미국 연결하는 중간자 외교 필요하다는 지적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지난 4월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NBC방송 등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미국 의회의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약 34분간 영어 연설을 진행했다.

기시다 총리는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의 지원이 없다면 더 가혹한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최근 유럽, 중동에서 가시화되고 있는 국제 분쟁에서 미국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미디어들이 기시다 총리의 미국 방문 및 국회 연설을 외교적 성과로 크게 치하한 것에 비해 일본 내에서는 그다지 긍정적인 반응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내에서는 미-일 외교적 성과를 강조하기도 했으나, 야당과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일본의 평화주의를 포기하면서까지 미국에 양보하고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다. 자칫 미-중 갈등 사이에서 미국의 이익을 위해 일본의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Japanese leader Kishida addresses joint session of Congress
사진=동아시아포럼

일본, 미국에서 한 발 떨어져야 외교적 역량 돋보인다

국제 관계 전문가들은 일본이 미국의 국제 전략과 전략적 거리두기를 해야 국제 사회에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중국의 대국굴기 도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본 입장에서는 국제적 영향력을 갖춘채 동아시아에서 중강대국 위치를 고수하기 위해 외교적 실용주의와 전략적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에도 대체로 동의한다.

기시다 총리는 특히 “중국의 행동은 국제사회 전체의 평화와 안정에 전례 없는 도전”이라며 “중국의 도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규범에 기반한 평화롭고 개방된 국제질서와 평화를 지탱하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우리의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지난 3월 나토(NATO) 사무총장의 ‘민주주의’ 국가와 ‘권위주의’ 국가 간의 마니교적 갈등을 문제적으로 묘사했던 발언을 따온 것으로, 중국과의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해당 발언은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들은 전쟁을 피하려는 지도자를 선출하기 때문에 모든 국가가 민주주의 제도를 갖추게 되면 국가간 전쟁은 사라진다는 칸트의 정언명제에 기반한 국제정치학 자유주의 이론에서 출발한다. 민주주의 국가와 달리 권위주의 국가의 경우에는 지도자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시도할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에 권위주의 국가의 존재 자체가 전쟁의 위협을 낳는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기시다 총리가 이번 미국 의회 연설에서 중국을 일본의 ‘가장 큰 전략적 도전(Greatest Strategic Challenge)’라고 지적한 것도 중국의 영토 야욕으로 인한 전쟁 위험에 대한 외교적 언급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미-중 갈등 상황 속에 일본 총리의 해당 발언은 자칫 일본이 미국과 외교 전략을 지나치게 동조화해 일본의 독자적인 기조에 의문을 품게 할 여지가 있어 일본 야당 내에서 문제시 됐었다.

중국과의 외교 관계, 미국 떠나 일본 단독 입장 구체화해야

기시다 총리의 외교 전략에 대해서는 자민당의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그리고 일본 공산당도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다. 일본 정치권은 남중국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에서 확인되는 중국의 안보 위협에 대해서는 함께 목소리를 높이지만, 미국과 외교 전략 동조화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 왔다. 특히 미국 주요 정치권 관계자들이 그간 표현해왔던 마니교적 갈등이 이번 기시다 총리의 미 의회 연설에 그대로 나타나자 중-일 관계 악화 가능성에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국제 정치 전문가들도 일본이 미국과 전략적 거리두기를 통해 중국-일본-미국을 잇는 ‘가교 외교’에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본이 동아시아의 강대국 지위를 유지한채, 이웃 국가들과 평화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외교적 협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치권 내에서도 유사한 기류가 감지된다.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은 중-일 관계를 ‘황금 다리’로 규정하고 있고, 가교 외교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더 긴밀한 유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 일본이 동양과 서양,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가교 외교에서 나설 수 있다는 것이 공명당의 오랜 외교 방침 중 하나다.

외교가에서는 ‘브릭스(BRICS)’의 일원이었던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협상장에 불러낼 수 있는 강력한 후보로 일본을 꼽는다. 일본의 가교 역할을 통해 미-중 갈등, 미-러 갈등으로 외교 관계가 약해진 미국-브릭스 간의 국제 협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이 미국과 구별되는 안보 및 국제관계 정책 기조를 구체화하고, 전략적 거리두기가 가시화되어야 중간자 외교 전략이 유의미할 수 있다.

원문은 케이프 타운(Cape Town) 대학의 타완다 사치코네(Tawanda Schikonye) 박사가 작성했습니다. 폴리시 이코노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Japan needs more distance from the United States so its policies can shine | East Asia Forum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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