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쓰지도 못한다” 제도적 한계 부딪힌 육아휴직, 정부 개선안도 ‘의문투성이’

pabii research
직장인 49% "육아휴직 제도 있어도 못 쓴다"
휴직 급여 인상·인건비 지원 등 제도 개선안 내놓은 정부
육아휴직 급여 '고용보험'이 낸다? 구조적 문제부터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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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직장인의 절반 가까이가 육아휴직 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육아휴직 제도를 활용할 경우 발생하는 사내 불이익, 부족한 육아휴직 급여 등이 제도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육아휴직 급여 인상 등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현실화를 확신할 수 없는 실정이다.

육아휴직, 자유로운 사용 어려워

2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육아휴직 제도와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제도를 언제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 49.0%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특히 △비정규직(58.0%) △민간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61.6%) △월 급여 150만원 미만 수령자(58.4%) 등의 육아휴직 제도 사용 장벽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육아휴직 및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제도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337명) 중에서는 10명 중 2명 이상(24.6%)이 ‘육아휴직 제도 사용으로 불이익을 겪었다’고 답했다. 가장 흔히 겪는 불이익으로는 직무 재배치 등 본인 의사에 반하는 인사 조처, 승진 제한 등 부당한 인사 조처(각각 42.2%)가 꼽혔다. 이어 △임금, 상여금 차별 지급(28.9%) △교육훈련 등 기회 제한(14.5%) △해고·파면·권고사직 등 신분상 불이익(12%) △집단 따돌림·폭행·폭언(4.8%) 등 순이었다.

이와 관련해 직장갑질119 출산·육아 갑질 특별위원회 민수영 변호사는“출산과 육아를 민폐 취급하는 직장의 출산·육아 갑질을 국가마저 방치하는 동안, 개인은 출산이라는 선택지를 지우게 됐다”며“직장이 바뀌어야 출생률이 바뀐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육아휴직 제도 개선안

실제 육아휴직 활성화는 저출산 문제 해결의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직장갑질119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노동 정책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27.5%가 ‘자동 육아휴직제(출산휴가 후 별도의 신청 없이 육아휴직이 시작되는 제도) 도입 및 육아휴직 기간 소득 보장’이라고 답했다. 이외로도 △노동시간 단축(26.4%) △출산·육아 불이익 사업주 처벌 강화(24.1%) △비정규직 남용 금지 등 양질의 일자리 확충(23.7%) 등이 저출산 문제 해결의 ‘열쇠’로 지목됐다.

정부 역시 육아휴직 제도 활성화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정부가 발표한 ‘사회 이동성 개선 방안’에는 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 제도의 활용도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이 다수 담겼다. 월 최대 150만원까지인 육아휴직급여를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육아휴직자를 대신할 인력을 뽑는 기업에는 지원금을 지급해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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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의 대상·기간·급여 역시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가 있을 때만 사용할 수 있는 육아기 근로기간 단축 제도를 초등학교 6학년 자녀가 있는 가정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확대 지원한다. 기간과 급여도 각각 최대 36개월, 주 10시간 몫의 임금까지로 손질하기로 했다. 다만 이는 대부분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실제 시행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육아휴직 급여 인상의 한계

다만 육아휴직 급여 인상 등 정부의 제도 개선 방안은 ‘실현될 경우’에 눈에 띄는 제도 활성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의뢰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육아휴직 급여가 월 10만원 인상되면 출산 근로자의 육아휴직 이용률은 2.3%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 조건하에 육아휴직 희망 이용 기간 역시 12.5일 증가한다.

문제는 구조적 문제로 인해 육아휴직 급여 인상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육아휴직 급여에 투입되는 비용은 현재 고용보험기금에서 대부분 충당하고 있다. 2001년 육아휴직 제도 도입 당시 관련 비용을 재정·건강보험기금에서 충당하기 어렵다고 판단, 고용보험에 부담을 전가한 결과다. 하지만 실업급여 지출을 주목적으로 하는 고용보험이 육아휴직 급여를 충당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고용보험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육아휴직 급여를 인상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의미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획재정부의 육아휴직 재정 지원 비율을 대폭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육아휴직 급여 등을 포함한 모성보호 사업에 투입되는 정부 지원금은 현재 15%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고용보험 내에 모성보호 계정을 신설, 보다 적극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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