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던 집 낙찰받은 전세사기 피해자, 청약 신청 시 ‘무주택자’ 인정받는다

주택공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 피해 주택 낙찰받은 전세사기 피해자 ‘무주택자’ 인정 주택 면적 85㎡ 이하·수도권 3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인정, 규칙 개정 이전 낙찰에도 적용 급증하는 전세사기 피해에 정부 대책 쏟아져, 일각에서는 실효성 부족하다는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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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거주 중인 주택을 낙찰받은 전세사기 피해자도 청약 시 무주택자로 인정받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불가피하게 전셋집을 낙찰받은 경우 무주택 요건을 유지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공급규칙’ 개정안을 오는 7일부터 24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2월 2일 발표한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 방안’의 후속 조치다. 기존에는 피해자가 주택 낙찰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전세사기를 당했다고 하더라도 유주택자로 인정되며 그간 유지해온 무주택 청약 혜택이 소멸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전세사기 피해자에 해당될 경우 주택을 낙찰받은 뒤에도 무주택자 혜택을 그대로 유지하며 청약을 할 수 있게 됐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규칙 개정을 통해 그동안 불가피하게 주택을 낙찰받아온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지원 방안을 차질 없이 실천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불가피하게 낙찰받은 피해자 ‘무주택자’ 인정

이번 낙찰주택 무주택 인정은 지난 1월 전세사기 피해자 설명회에서 제기된 주요 건의사항 중 하나다. 기존에는 사기 피해자가 거주지 유지를 위해 피해 주택을 낙찰받은 경우 유주택자로 분류되었으며, 무주택기간에 따른 가점(최대 32점), 특별공급 신청 등 무주택 청약 혜택이 소멸됐다. 국토부 집계에 따르면 최근 3년(2020∼2022년) 수도권 주택청약 당첨자 중 90%가 무주택자였다.

하지만 이번 규칙 개정을 통해 피해 발생 주택을 낙찰받은 피해자는 낙찰주택의 처분 여부와 관계없이 청약 시 무주택자로 인정받게 된다. 규칙 시행 전에 임차 주택을 낙찰받은 경우에도 무주택자로 인정되는 만큼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폭넓은 구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인정 대상은 임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임차인이 경매 또는 공매로 임차 주택을 낙찰받는 경우다. 단 임차 주택의 전용면적은 85㎡ 이하여야 하며, 공시가격은 수도권 3억원(지방은 1억5,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한편 전세사기 피해자의 경우 ‘예외적 무주택자’ 범위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53조에 따르면, 주택 소유 여부 판정 기준에 해당하는 주택 또는 분양권을 소유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무주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건축물대장상 업무용·상업용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있을 경우 △소형·저가 주택 소유자의 경우 △상속받은 주택을 3개월 이내 처분한 경우 △폐가 또는 멸실됐거나 주택 외 용도로 사용되는 건물을 소유하고 있을 경우 △무허가건물을 소유한 경우 등이 대표적인 예외적 무주택자에 해당한다.

규칙 개정 뒤 전세사기 피해자가 무주택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전세 계약서, 경매 또는 공매 낙찰 증빙서류, 등기사항증명서 등의 자료를 청약 신청 뒤 사업 주체에 제출하면 된다. 법을 새로 제정하거나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이 아닌 주택공급규칙의 ‘무주택자 요건’을 개정하는 단순한 방식인 만큼, 차후 신속한 피해 구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택공급규칙 개정안은 입법예고 이후 4월 말 법제 심사를 거친 뒤 5월 초에 공포 및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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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전세사기 피해, 정부 대책은?

전세보증금 사기는 지난해 집값이 크게 하락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급증하기 시작했다. 실제 자본이 없는 범인이 전세를 활용한 매매로 갭투자를 실시, 전세사기 수백 건을 벌인 ‘빌라왕 사건’ 등 충격적인 피해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향후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한층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따라 사기 피해를 본 임차인에게 대신 전세보증금을 돌려준 ‘대위변제액’ 규모는 2021년 5,040억원에서 2022년 9,241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모두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하는 것이 아닌 만큼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 9월 전세사기 피해지원센터 개소 후 올해 2월 1일까지 최근 4개월 전세사기 피해를 신고한 건수는 2,447건에 달한다.

전세 사기가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자, 정부는 피해 구제를 위한 다양한 방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2월 27일에는 보증금을 제때 반환하지 않은 임대인 정보를 공개하기 위한 주택도시기금법,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전세보증금 반환이 이뤄지지 않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임차보증금을 대신 납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상환하지 않는 임대인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공개 대상은 최근 3년 이내 2회 이상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임대인 중 구상채무가 2억원 이상인 경우 등이다.

지난달 10일에는 국토교통부가 피해확인서 조건부 발급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전세사기 피해 추가 지원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기존에는 피해확인서 발급을 위해서는 전세피해지원센터 예약, 센터 방문, 전문가와의 상담, 관련 서류 제출, 심사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하지만 해당 지원 방안 발표에 따라 경매 절차가 끝나기 전에도 피해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더해 월세 납부 방식 개선, 면적 제한 조건 완화 등을 통해 피해 임차인의 긴급 주거 선택권도 확대됐다.

대출 지원도 한층 강화됐다. 정부는 피해 임차인이 불가피하게 거주 주택을 낙찰받는 경우 디딤돌 대출과 보금자리론의 생애최초 대출 혜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디딤돌 대출은 금리를 0.2%p 인하했으며, 보금자리론은 LTV(Loan to Value, 주택담보대출비율)를 10%p 완화했다. 긴급주거지원을 받은 피해 임차인이 퇴거 후 새 전셋집에 입주하는 경우에는 정부 지원을 통해 저금리 전세자금 대출 이용이 가능하다. 피해 임차인은 최대 3억원 이하 전셋집까지 가구당 2억4,000만원을 연 1~2%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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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달 30일에는 전세사기 피해 방지를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법에 따라 임대인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해당 주택의 선순위 확정일자 부여일, 차임 및 보증금 등 임대차 정보와 국세징수법·지방세징수법에 따른 납세증명서 등을 임차인에게 제시해야 한다. 단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기 전 임대인이 정보 열람에 동의할 경우, 임차인이 직접 정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앞선 제시 의무를 대신할 수 있다.

임차권등기명령 제도 개선도 함께 이뤄졌다. 임차권등기명령 제도는 임대차 종료 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임차인에게 단독으로 임차권등기를 마칠 수 있도록 해 자유롭게 주거 이전 기회를 보장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법원의 결정이 임대인에게 고지된 이후에만 임차권등기가 가능했다. 이로 인해 주소 불명, 송달 회피, 임대인 사망 후 상속 관계 미정리 등으로 임차권등기명령 송달이 어려운 경우 임차인이 임차권등기를 할 수 없어 거주 이전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법률 개정에 따라 임차권등기명령 결정이 고지되기 전에도 임차권등기가 가능해졌고, 임차인의 대항력·우선변제권 및 거주 이전의 자유가 법을 통해 보호받게 되었다.

최근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정부·국회가 국가 차원에서 꾸준히 제시해 온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 피해 구제보다는 피해의 사전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에도 전세사기 건수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만큼, 지금은 모호한 예방 조치보다는 이번 주택공급규칙 개정과 같은 실질적 피해 구제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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